여행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풍경을 찾고, 누군가는 먹거리를 따라 걷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마주하는 여행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경상남도 함안에는 그러한 여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말이산 고분군(末伊山 古墳群), 고대 아라가야 왕들의 숨결이 서린 유적지입니다.
1.말이산 고분군이란?
말이산 고분군은 5세기 전후의 가야시대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유적으로, 총 37기의 고분이 한 줄로 능선 위에 배열된 형태가 매우 독특합니다. 1992년 사적 제515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꾸준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역사문화재입니다.
이곳은 특히 도굴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의 왕릉급 고분이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고고학계의 큰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당시 출토된 금제관식, 철제 갑옷, 유리구슬 등은 아라가야의 수준 높은 문명과 교역 네트워크를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2.고분군의 배치와 구조
말이산 고분군은 해발 약 50~60m 능선 위에 위치해 있으며, 고분의 크기와 위치로 신분의 위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정상부에는 지름 30m, 높이 7m에 달하는 1호 고분이 가장 크고 중심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주변에는 중·소형 고분들이 둘러싸듯 조성되어 있습니다.
고분의 내부는 주로 수혈식 석곽묘(地穴式 石槨墓)로, 당시의 매장 방식과 장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부 고분은 전시관에서 발굴 당시 그대로 복원된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어, 생생한 역사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3.고대와 현재를 잇는 살아 있는 역사 교육장
말이산 고분군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닙니다. 역사 체험, 문화 해설, 가야문화 학습이 가능한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전문 해설사의 무료 역사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학생 및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아 역사 체험 여행지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가을에는 ‘아라가야 문화제’가 열려 가야의 생활상, 전통복식, 무기체험, 고분 투어 등 다양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4.말이산 고분군 가는 길 및 관람 정보
- 주소: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산1번지 일원
- 운영시간: 연중무휴 (야간에는 입산 제한)
- 입장료: 무료
- 주차: 말이산 고분군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가능
- 관람 팁: 편안한 운동화 착용 필수 / 일몰 전 관람 추천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함안역 또는 함안버스터미널 하차 후 시내버스나 택시로 약 10~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5.주변 여행지와 연계한 역사 기행
말이산 고분군은 인근에 함안박물관, 무진정, 악양루 등 함안의 주요 역사 문화자산과 가깝게 위치해 있어 하루 코스로 ‘함안 역사 여행 루트’를 구성하기 좋습니다. 특히 박물관에서는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실물로 관람할 수 있어, 고분 관람 후 꼭 함께 들러보길 추천드립니다.
6.맺음말 – 땅 아래에 잠든 찬란한 시간
땅 위에 드러난 둥근 봉우리들은 단지 흙무덤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가야의 왕들이 남긴 지혜와 문화, 그리고 우리의 뿌리가 잠들어 있습니다. 말이산 고분군은 그러한 시간을 만날 수 있는 문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새기게 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
만약 당신이 조금은 특별한 여행, 의미 있는 시간을 찾고 있다면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을 걸어보세요. 수천 년 전의 바람이 당신의 어깨를 스치며 속삭일지도 모릅니다. "이곳이, 우리의 시작이었다고."
